나만의 하늘을 찾아가는 여정: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누가 당신 대신 당신의 삶을 살게 하지 마라."거울 속의 나는 어제와 같지만,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기대라는 좁은 틀 안에 갇혀 정작 나 자신의 목소리는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흑인 여성 문학의 금자탑이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간한 여성의 대서사시,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소개하려 합니다.이야기는 주인공 '재니'가 인생의 황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시작됩니다. 그녀의 삶은 세 번의 결혼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할머니의 뜻에 따른 무미건조한 첫 번째 결혼, 마을의 권위자이자 가부장적인 남편 밑에서 인형처럼 살아야 했던 두 번째 결혼. 재니는 남들이 말하는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가졌지만, 정작 영혼은 죽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시..
완벽한 불완전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에 관하여
일주일 내내 우리는'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강박 속에 삽니다.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뜨고,할 일 목록(To-do list)을 점검하고,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갓생'이 미덕인 시대니까요. 하지만 숨 가쁘게 달려온평일 끝에 마주한 주말마저성취로 채워야 한다면,그건 휴식일까요,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숙제일까요? 오늘 저는 의도적으로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한참 바라보기도 하고,엉뚱한 상상에 잠겨침대 위에서 뒹굴기도 하죠. 예전의 저라면 이런 시간을'무용한 시간'이라 부르며불안해했을지도 모릅니다.생산적이지 못한스스로를 보며 자책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이 '무용한 시간'이야말로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가장 유용한 에너지라는 것을요. 때로는 멈춰 서서나 자신에게 말해..
관계에 지친 당신에게: 톨스토이가 건네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처방전
세상 사람들에게 치이고,관계의 무게에 눌려 조용히 혼자만의 동굴로숨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지능이 높을수록인간관계를 정리한다"는 말이어쩐지 든든한 위안이 되는 시대,우리는 타인과 섞여 얻는 에너지보다관계 속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훨씬 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압니다. 그런 탓일까요,무리 짓기보다 차라리 홀로 남기를택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이런 회의적인 시대에,140년 전 레프 톨스토이가 던진 질문 하나가다시금 폐부를 찌릅니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은 하느님의 명을 어겨지상으로 쫓겨난 천사 '미하일'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벌을 받아 인간 세상에 떨어진 그는가난한 구두장인 시몬을 만나게 되고,그와 함께 살며 인간의 삶을 관찰합니다.미하일에게 주어진 숙제는하느님께 돌아가기 위해다음 ..
껍데기뿐인 자신감은 버려라: 진짜는 ‘기록’에서 나온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자신감이 있습니다.하나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띄운‘공기 주입식 자신감’이고,다른 하나는 묵묵히 쌓아 올린시간 위에 뿌리내린 ‘본질적인 자신감’입니다. 로저 스타우바흐는 우리에게 이렇게 일침을 놓습니다.“자신감은 아무 곳에서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몇 시간, 몇 날, 몇 주, 그리고 몇 년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 그것이 바로 당신을 지탱하는 유일한 근거다.” 무언가를 잘하는 ‘척’할 때,우리는 늘 불안합니다.혹시나 누군가 내 실체를 알아채지는 않을까,혹시나 이번에 실패해서나의 ‘허세’가 들통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죠.하지만 진짜 자신감은 ‘증명’에서 옵니다.내가 나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증거,그 묵직한 시간이 내 뒤에 서 있을 때우리는 비로소 당당해집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포기함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려던 한 여인의 이야기, 《좁은 문》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해서,그 사랑을 위해 그 사람을밀어내야만 했던 사람이 있을까요?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믿지만,앙드레 지드의 소설 《좁은 문》은사랑을 '절제'와 '희생'을 통해숭고한 영역으로 끌어올리려 했던한 여인의 고독한 투쟁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주인공 제롬과사촌 누이 알리사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됩니다.순수한 감정으로 서로를 향하던 두 사람 앞에알리사의 어머니가 저지른불륜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터집니다.이후 알리사는 세속적인 행복보다는고결한 종교적 삶에 집착하게 되죠.그녀는 성경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는구절을 자신의 삶에 투영합니다.결국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지만,그와 함께하는 행복이자신의 영혼을 타락시킬지도 모른다는강박에 사로잡혀 그를 멀리합니다.제롬을 위해 자신을 ..
관찰자의 시선이 닿는 곳, 그곳에 숨겨진 진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
누군가를 향한 의심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할 때,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사소한 발자국 소리 하나,찻잔이 놓인 위치,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의 길이까지모든 것이 암호처럼 느껴지곤 하죠.알랭 로브그리예의 소설 『질투』는바로 그 '의심의 현미경' 아래 놓인 인간의 심리를서늘하리만치 차갑고 정교하게 파헤친 작품입니다. 바나나 농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는구체적인 줄거리랄 것이 없습니다.주인공인 화자는 아내(A...)와 이웃 농장주인 프랑크 사이의미묘한 관계를 블라인드 틈새로 끊임없이 관찰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외출을 다녀오거나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장면들이무한히 반복되고 변주됩니다.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결코 직접 드러내지 않습니다.그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사물들을집요하게 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