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시사 / / 2025. 11. 24. 00:00

세계는 현금을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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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지금 ‘돈의 형태’가 바뀌는
거대한 전환기 한가운데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갑 속 현금은 일상의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나라에서 지갑은 단지 카드 몇 장을
보관하는 얇은 케이스가 되었고,
심지어 카드조차 쓰지 않는 사회가 늘어나고 있다.
QR코드, 모바일 월렛, 디지털 화폐가
생활의 기본 언어가 되어가는 시대.
우리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이동 중이다.

중국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 활동이
모바일 결제로 이루어진다.
길거리 노점상부터 대형마트까지 현금이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 역시 신용카드·모바일 결제 중심의
사회가 오래전부터 정착해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달러(CBDC) 논의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현금은 더 이상 ‘당연한 결제 방식’이 아니다.
세계는 현금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일본은 놀랍게도
여전히 현금 중심 사회다.
지갑에 빳빳하게 정리된 엔화 지폐, 인감, 팩스, 종이 문서…
일본 사회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이것들은
현대 기준에서 보면 거의 ‘아날로그의 상징’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단순한 문화적 취향을 넘어,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제 시스템이 느리면 소비 속도도 느려지고,
소비 속도가 느리면 경제가 나아가는 힘이 둔해진다.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디지털화가 늦으면
혁신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뒤처진다.
실제로 일본의 디지털 전환 지수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이며,
노동 생산성 역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아날로그적 삶이 주는 안정감은 있지만,
세계가 재편되는 흐름에서 멀어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아마 우리는 ‘통화의 형태’보다
‘속도와 연결성’이 중심이 되는 시대로 갈 것이다.

현금이든 카드든 디지털 화폐든,
중요한 건 ‘무엇으로 결제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투명하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냐이다.

돈은 점점 ‘만질 수 없는 형태’가 될 것이다.
결제는 더 간단해지고, 국경의 의미는 더 약해지고,
글로벌 자산은 더 쉽게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는
얼마나 빨리 디지털 시대의 규칙을
받아들였는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현금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자본이 이동하는 속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 소비가 이루어지는
구조 자체가 새롭게 쓰여지는 순간을 지나고 있다.
미래의 경제는, 돈보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강해지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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