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두 남자, 밤 사나이의 광기와 아침 사나이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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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침대 조명 아래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머릿속엔 기묘한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와, 지금 자면 5시간밖에 못 자는데? 내일 진짜 피곤하겠다."
이성적인 목소리가 잠시 들려오지만,
곧이어 더 강력한 빌런이 등장하죠.
바로 '밤 사나이'입니다. 그는 씩 웃으며 말합니다.
"그건 아침 사나이가 걱정할 문제지, 내 알 바 아니야.
나는 지금 이 파티(유튜브 쇼츠 시청)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밤 사나이는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도박꾼입니다.
그는 내일 아침의 피로를 담보로 현재의 쾌락을 대출받습니다.
어차피 아침에 괴로워하며 눈을 뜨는 건 '미래의 나'이지,
'지금의 나'가 아니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죠.
그는 넷플릭스 다음 화를 누르고,
웹툰을 결제하며,
야식 메뉴판을 뒤적입니다.
밤 사나이에게 내일 아침 7시는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렇게 그는 아침 사나이의 인생을 아주 화끈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망쳐 놓습니다.
 
그리고 5시간 뒤,
알람 소리와 함께 비극의 주인공
'아침 사나이'가 등장합니다.
그는 밤 사나이가 벌여놓은 파티의 잔해 속에서
좀비처럼 일어납니다.
충혈된 눈, 천근만근인 몸,
그리고 밤 사나이를 향한 깊은 증오심.
하지만 슬프게도 아침 사나이는 밤 사나이에게
직접 복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밤 사나이는 사라지고 없으니까요.
아침 사나이는 그저 무너진 컨디션을 이끌고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을 뿐입니다.
그는 밤 사나이가 신나게 벌여놓은
파티의 잔해를 묵묵히 치우는 뒷정리 담당자와 다름없습니다.
 
아침 사나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격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늦잠'이라는 이름의 태업입니다.
아침 사나이가 출근을 포기하고,
일상을 내팽개치고 최대한 자주 늦잠을 자기 시작하면
상황이 묘하게 돌아갑니다.
아침 사나이가 무너지면 낮 사나이가 직장을 잃게 되고,
결국 수입이 끊긴 밤 사나이는 더 이상 파티를 즐길
'돈'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소심하지만 확실한 복수입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논개 작전이죠.
밤 사나이가 아침 사나이의 컨디션을 망쳤다면,
아침 사나이는 밤 사나이의 유흥 자금을 끊어버리는 셈입니다.
 
우리는 매일 밤낮으로 이 내전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끝은 결국 '나'라는 존재의 파멸입니다.
밤 사나이가 조금만 더 배려심을 갖고,
아침 사나이가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는 협정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 당신 안의 밤 사나이가 또다시
"한 편만 더!"를 외친다면 이렇게 속삭여주세요.
"야, 아침 사나이가 늦잠 자서 퇴사당하면
너 오늘 밤에 치킨 못 시켜 먹어."
자, 이제 아침 사나이에게 평화로운 아침을 선물할 시간입니다.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멀리 치우세요.
밤 사나이의 파티는 여기서 종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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