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칼보다 무서운 오뒷세우스의 '머리' : 왜 지금 우리는 그를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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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화려한 갑옷과
날카로운 칼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인류 최고(最古)의 서사시
《일리아스》 가 우리에게 남긴 진짜 교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냉혹하고도 위대한 진리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무력의 화신 아킬레우스가 아닙니다.
그림자 속에서 승리의 설계를 그렸던 지략가,
오뒷세우스입니다.
 
아킬레우스가 정면 승부로
적의 숨통을 끊는 '직구'형 영웅이라면,
오뒷세우스는 상대의 심리를 꿰뚫고
허점을 파고드는 '변화구'의 달인입니다.
그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적의 진영에 침투해 정보를 캐내고,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죠.
이는 현대의 '정보전'이나 '심리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비즈니스든 인간관계든,
무작정 부딪히기보다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현대적 생존 전략을
그는 이미 3,000년 전에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일리아스》의 수많은 영웅이 전장에서의 화려한 죽음과
영원한 명예(Kleos)를 쫓을 때,
오뒷세우스는 홀로 다른 곳을 응시합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에게 전쟁은 낭만적인 영웅담이 아니라,
반드시 끝내고 살아남아야 할 '과업'이었습니다.
때로는 비겁해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이기고 살아남으려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가장 현실적이기에 가장 입체적이고,
그래서 더 현대적인 영웅으로 다가오죠.
 
많은 이들이 트로이의 스파이 '돌론'을
심문하고 자비 없이 처단한 그를 비정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뒷세우스에게 그것은
잔인함이 아니라 책임감이었습니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그는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악역을 자처했습니다.
지략의 이면에 숨겨진 이 냉혹함이야말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철저한 프로 정신의 발현이었던 것이죠.

 

그리스어로 오뒷세우스를 수식하는 말 중
'폴뤼트로포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많이 방황하는'이라는 뜻과 동시에 '다재다능한,
임기응변에 능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아킬레우스의 강한 힘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오뒷세우스의 유연함이 아닐까요?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강해지는 법'이 아니라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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