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버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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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더 받는 일이 아니다.
그 시간 안에서
자기 자신과 더 오래 함께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 세대는 가족과 공동체 속에서 늙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나이를 먹고,
서로의 생을 증명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점점 더 혼자 늙어가는 세대다.
관계는 선택이 되었고,
가족은 필수가 아닌 옵션이 되었으며,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로 밀려났다.

그리고 여기에
이 시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우리는 돈 버는 시간보다
돈 쓰는 시간이 더 길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벌고, 먹고, 자식 키우고, 늙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은퇴 이후의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사는 법’은 배웠지만
‘남은 시간을 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돈은 벌기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지,
어떻게 쓰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질문받지 못했다.


그래서 은퇴 이후의 삶은
기대가 아니라 불안이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피할 수 없다.
일도, 사람도, 바쁨도
더 이상 완벽한 방패가 되어주지 않는다.

오래 사는 인생은
결국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왔는가”가 아니라
“나는 나 자신과 잘 지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돈을 쓰는 시간이 길어진 시대에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써도 후회하지 않는가다.

 

비싼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덜 소모하게 해주는 관계,
체력을 갉아먹지 않는 생활,
그리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 선택들.

우리는 이제 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그 길 위에서 가장 오래 곁에 남는 존재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시대의 성숙은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가깝다.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삶,
끝까지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

오래 산다는 것은
버텨야 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의미를 선택해야 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돈을 버는 시간이 끝난 뒤에도
나를 지탱해 줄 무언가가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긴 인생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준비는
노후가 아니라,
나와 오래 함께 살아갈 용기일지도 모른다.

이 긴 시간을
나 자신과 함께 견딜 수 있을 만큼
나는 나를 잘 대하고 있는가.

그 질문을
오늘, 조용히 던져보는 것.
그것이 오래 살게 된 세대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철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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