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과거보다 지금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가끔, 어떤 책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묻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곳입니다.
그곳엔 사생활도, 자유도, 심지어 '진실'도 없습니다.
주인공 윈스턴은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과거의 신문 기사를 조작하는 일을 해요.
하지만 속으로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왜 우린 항상 배고프고, 왜 항상 전쟁 중이지?"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죠.
빅 브라더: 실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를,
TV 화면 속에서 우리를 항상 쳐다보는 무서운 지도자예요.
텔레스크린: 집집마다 달린 TV인데,
내가 밥 먹는 모습, 잠꼬대하는 것까지 다 감시해요.
그러던 어느 날, 줄리아라는 여자가 윈스턴에게 몰래
"사랑해요"라고 적힌 쪽지를 줘요.
이 나라에서는 사랑도 마음대로 하면 안 되거든요.
(사랑의 에너지를 국가 충성에 써야 하니까요!)
두 사람은 감시를 피해 낡은 골동품 가게 2층에서 몰래 만나요.
윈스턴은 생각하죠.
"아, 이게 진짜 인간답게 사는 거구나!"
윈스턴은 직장 상사인 오브라이언이 왠지
자기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반란군'일 것 같아 그를 찾아가요.
오브라이언은 "맞아, 나도 빅 브라더가 싫어.
우리 같이 싸우자!"라며 금지된 책을 빌려줍니다.
윈스턴은 '이제 나도 동지가 생겼다!'며 좋아하죠.
하지만 알고 보니
오브라이언은 사상경찰의 대장이었어요!
윈스턴을 잡으려고 몇 년 동안 연기를 한 거죠.
윈스턴과 줄리아는 결국 체포되어 고문을 받아요.
마지막 관문은 '101호실'.
이곳은 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으로 고문하는 곳이에요.
윈스턴은 쥐를 제일 무서워했는데,
굶주린 쥐가 얼굴을 뜯어먹으려 하자 비명을 지릅니다.
"나 말고 줄리아한테 하세요!
내 얼굴 말고 줄리아의 얼굴을 뜯게 하세요!"
이 순간, 윈스턴의 마지막 인간성(사랑)은
완전히 파괴됩니다.
타인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고결함마저
당 앞에 굴복한 것이죠.
결국 윈스턴은 풀려나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에요.
석방된 윈스턴은 카페에 앉아 승전보를 듣습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하지 않습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으로 '2 + 2 = 5'라고 씁니다.
당이 원한다면 논리조차 부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마지막 문장은 독자들에게 큰 절망을 안깁니다.
"그는 자신을 이겼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화면 속 빅 브라더를 보며
"아, 나는 정말 빅 브라더를 사랑해"라고
생각하며 책은 끝이 납니다.
우리는 최신 아이폰을 쓰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니까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나
조지 오웰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곤 하죠.
하지만 기술은 도구일 뿐,
인간의 고뇌, 사랑,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권력에 대한 탐욕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오히려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근육'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웰이 경고한 '신어(Newspeak)'처럼,
(신어의 목적은 "생각한 단어가 없으면 반역도 못 한다"입니다.)
우리도 짧은 숏폼 영상과 자극적인 단어들에 길들여져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이나 고전 작가들이 찬란했던 이유는,
그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일 거예요.
조지 오웰은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겪으며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얼마나 나약한지를 뼛속 깊이 관찰했어요.
그 깊은 통찰이 담긴 클래식들은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너희 지금 제대로 살고 있니?"라고 묻는 것 같아요.
어쩌면 현대의 우리는
조지 오웰이 무서워했던 독재자보다
더 무서운 '자발적 빅 브라더'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윈스턴은 억지로 감시당했지만,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일상과 위치,
취향을 알고리즘과 SNS에 공유하니까요.
어쩌면 과거 사람들이 지금의 현대인 보다
더 똑똑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영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우리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 같아요.
"과거는 지워지고, 지워졌다는 사실마저 잊히며,
결국 거짓이 진실이 된다." - 《1984》 중
우리가 클래식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더 똑똑해졌다"는 오만을 버리고,
과거의 거인들이 남긴 지혜를 빌려
오늘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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