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었지만, 그는 치매 환자가 아니었다”
의사인 아들이 평생 존경해 온 아버지의 뇌를 부검하며 마주한 진실은 가혹했습니다.현미경 렌즈 너머 비친 아버지의 뇌는이미 알츠하이머라는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폐허'였습니다.단백질 찌꺼기인 플라크가 가득했고,신경세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스러져 있었습니다.의학적 상식대로라면 아버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자신의 이름조차 잊은 채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어야만 했습니다.하지만 아들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단 한 번도 '치매 환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정정한 모습으로 매일 아침 신문을 탐독하셨고,어제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하며 아들과 토론을 즐기셨습니다.오후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동네 산책로를 누비던 그에게서질병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육체라..
혹시 아직도 계획만 세우고 계신가요?
1월은 이미 삭제되었습니다.2026년의 12분의 1이 흔적도 없이 증발한 지금,우리 손에 남은 건 여전히 깨끗한 플래너와“조만간”이라는 애매한 말뿐입니다.우리가 매번 공들여 세우는 ‘철저한 계획’이란,어쩌면 실행하지 못하는 나를 합리화하기 위한가장 지적인 도피처일지도 모릅니다.계획은 완벽할수록 안락하고,안락할수록 실행되지 않습니다.결심은 늘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내일부터”, “준비되면”이라는 말은 사실 이렇게 번역됩니다.‘지금의 나는 하지 않겠다.’그렇게 우리는 1월을 보냈습니다.그리고 미래로 도망치는 사이,2월은 3월이 되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면12월의 찬바람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당신의 등을 때릴 것입니다.시간은 한 번도 기다려준 적이 없으니까요. 철학적으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 당신은 키를 잡았는가, 돛을 내렸는가?
"내 팔자가 그렇지 뭐."우리가 흔히 내뱉는 이 짧은 한마디에는 생각보다 무거운 '항복 선언'이 담겨 있다 .생텍쥐페리는 그의 저서 《아라스로의 비행》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불행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삶이라는 비행의 조종간을 놓아버린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우리 삶은 때때로 거대한 폭풍우 같아서,나의 의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 존재한다.그런데 재미있는 점은,똑같은 폭풍우를 마주하고도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며 침몰하고,누군가는 그 바람을 이용해 돛을 올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수만 가지의 감정을 파도처럼 맞이한다.어떤 날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긍정적이다가도,어떤 날은 발끝에 치이는 돌맹이 하나에도세상이 무너질 듯 부정적인 늪에 빠지기도 한다. 혹시 이런 경험 있..
"당신의 삶을 헐값에 넘기지 마세요" - '지금 당장'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
"오늘이 마지막 기회입니다!","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합니다."우리는 매일 이런 외침 속에 산다.쇼핑몰의 마감 임박 카운트다운부터,지금 당장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자기계발의 압박까지.세상은 온통 우리의 '다급함 본능'을 흔들어 깨우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마치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지을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해보자. 정말 그럴까? 우리의 뇌는 수만 년 전 사바나 초원에서 설계되었다.수풀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저것이 사자일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를 분석하던 조상들은 모두 사자의 점심 식사가 되었다.살아남은 건 일단 뛰고 보는 '다급한' 사람들이었다.문제는 오늘날 우리 앞에는 사자가 없다는 것이다.대신 교묘하게 설계된..
"돈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최악의 주인이다"
"돈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최악의 주인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돈은 단순히 지갑 속에 접힌 종이나, 스마트폰 화면 위에 떠 있는 숫자가 아니다.돈은 사람의 욕망과 공포를 먹고 자라며 커지는 거대한 에너지에 가깝다.이 에너지를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돈은 충실한 하인이 되지만,무지하거나 방관하는 순간 돈은 주인의 자리를 넘본다.그리고 그때부터 우리의 시간과 감정, 선택권을 조금씩 잠식해 간다. 많은 사람이 말한다. “돈만 많으면 행복할 텐데.”하지만 이 문장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돈보다 영리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쥐게 된 부는축복이 아니라 독이 든 성배가 되기 쉽다. 돈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돈은 자유를 주지 않는다.오히려 불안을 키운다.잃을까 봐 잠을 설치게 만들고,더 벌어야 한다..
삶은 우리가 요청한 것만 준다
나의 임금(My Wage) - 제시 리텐하우스1페니를 두고 삶과 흥정을 벌였다.삶은 내게 더 이상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았다.얼마 없는 돈을 세어 보며 매일 저녁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었다.삶은 그저 고용주일 뿐이라 우리가 요청한 것만 줄 뿐이다.하지만 일단 받을 돈을 정해 놓고 나면 힘들어도 할 일은 해내야 한다.나는 보잘것없는 임시직일 뿐이었다.알게 되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삶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요구하든 삶은 기꺼이 내주게 되어 있거늘.-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며,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해치우는 우리들의 모습은 참으로 숭고하다.하지만 문득 밤늦게 돌아오는 길,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왜 내 삶은 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