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피는 ‘나는 옳다’에서 흘렀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칼도, 총도, 폭탄도 아니었다.가장 많은 피를 부른 말은 언제나 이 한 문장이었다.“나는 옳다.”이 문장은 놀라울 만큼 평범하다.누군가를 찌르지도 않고, 당장 폭발하지도 않는다.하지만 이 문장이 마음속에서 단단히 자리 잡는 순간,세계는 둘로 갈라진다.옳은 나와 틀린 너.그리고 그 경계선 위에서, 피는 너무도 쉽게 흐른다.전쟁은 늘 정의의 언어로 시작됐다.학살은 언제나 ‘불가피한 선택’으로 포장됐다.종교, 이념, 민족, 국가이 모든 이름 뒤에는 공통된 확신이 숨어 있었다.“우리는 옳고, 저들은 틀렸다.”이 확신이 무서운 이유는,그 안에 스스로를 의심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나는 옳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고,나는 옳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결국 이해는 사..

“은퇴 후, 나는 여전히 필요한 사람일까?”

은퇴 후의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나이를 두려워하기보다쓸모없어질까 봐 두려워하게 되었다.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은 돈 때문만이 아니다.“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그 질문이 마음을 조용히 파고든다.그래서 우리는 또 준비한다.자격증을 검색하고, 강의를 듣고,“이거라도 해두면…”이라는 말로불안을 잠시 눌러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평생 쌓아온 삶이 있는데,왜 우리는 은퇴 후의 나를항상 초보자로 상상할까. AI는 하루 만에 우리가 몇 년 걸려 배운 것을 익힌다.우리가 자격증을 손에 쥐는 순간,이미 더 빠르고 정확한 존재가 같은 일을 해낸다.이 사실 앞에서 드는 허탈감은“그럼 나는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한 번, 방향을 바..

“당신이 멈춰 선 곳, OK 고원”

작가이자 기억력 챔피언인 조슈아 포어는사람들이 성장하다 멈추는 지점을‘OK 고원(OK Plateau)’이라 불렀다.더 이상 나빠지지도,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않는 상태.“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는 타이핑을 예로 들었다.우리는 처음 키보드를 배울 때 빠르게 성장한다.자판을 외우고, 손가락이 엉키지 않게 되며, 속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타이핑 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그럼에도 우리는 매일같이 키보드를 두드린다.연습을 멈춘 것은 아니다.하지만 실력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조슈아 포어는 말한다.그 시점부터 우리는연습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틀린 부분을 점검하지 않고,일부러 느려지지도 않고,불편한 방식을 시도하지 않..

“아직 인생 초반입니다”

우리는 자주 늦었다고 느낀다.또래의 성취가 타임라인을 채울수록,내 시간은 이미 뒤처진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이 감각은 사실이 아니라 착각에 가깝다.인생을 100미터 달리기로 오해할 때 생기는 착시다.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지형이 수시로 바뀌는 장거리 탐험이다.그러니 지금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면,그건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방향을 고르는 시간일 가능성이 크다. 초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초반은 결과를 요구받는 구간이 아니라,시행착오를 허락받는 구간이다.길을 잘못 들어도 돌아올 수 있고,넘어져도 회복할 체력이 있다.이 시기엔 “잘하는 것”보다 “견디는 법”을 배운다.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성취는 나중의 이야기다.지금은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다.사람들은..

“화를 참는 순간, 이미 두 번 이겼다”

우리는 보통 이겼다는 말을 상대를 제압했을 때 사용한다.말로 눌렀을 때, 감정으로 앞섰을 때,논리로 상대를 무너뜨렸을 때.하지만 삶에서 가장 조용한 승리는 그런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말 한마디 하지 않은 찰나에 완성된다.바로 화를 참았을 때다. 화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감정은 반사처럼 튀어나온다.누군가 무례한 말을 던지면, 억울한 상황에 놓이면,우리의 뇌는 즉각 방어 태세로 들어간다.이때 화를 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자동 반응에 가깝다.그래서 화를 냈다고 해서 특별히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우리는 감정의 흐름에 끌려다니는 쪽에 가깝다.하지만 화를 참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그 짧은 멈춤 속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주도권을 되찾는다.감정이 아니라 ‘나’가 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것”

- 집착하지 않으며 무심하게 산다는 것 우리는 자주 붙잡으려 한다.관계, 감정, 성과, 이미 지나간 말 한마디까지.마치 붙들고 있으면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놓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느낀다.그러나 삶은 애초에 붙잡을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강물은 늘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 위에 잠시 서 있을 뿐이다. 집착은 사랑에서 시작되기도 한다.잘되고 싶어서, 잃고 싶지 않아서, 의미를 지키고 싶어서.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착은‘소중함’이 아니라 ‘두려움’이 된다.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사라짐을 실패로 착각하는 태도 말이다.무심하게 산다는 것은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오히려 그 반대다.느끼되 매달리지 않는..